카테고리 없음 2023. 11. 1. 09:12

버스안에서 맥없이 흔들리며 창 밖을 바라볼때, 뇌를 완전히  쉬게할수는 없는 피곤한 운명의 우리는,  늘 무엇인가를 생각하고, 추억한다.
 그리고 이 때, 우연인지 고의인지는 알 수 없으나, 낚시대를 드리울때 마다 특별히 자주 낚여올라오는 기억들이 존재한다.  
랜덤재생으로 설정해놓은 음악플레이어에서 적절한 미끼가 던져지는 때면 더더욱 그러하다.

이를테면 나의 경우에는, 샌프란시스코의 날카로운 지붕들과, 그 지붕들이 찌르고있던 복숭아빛 노을이 그것이다.
눈 앞의 행동을 멈추고 숨을 돌릴 틈이 생기면,즉 일명 '멍 때리는'때면 늘 ,어김없이 딸려올라오는 기억이다.
쌀쌀했던 12월의 샌프란시스코와, 그 때 내 손을 붙잡고 같이 그 길을 헤매던 사람과,참 많이 사랑했고  많이 울던 나날들에 내 작은 뒷통수가 얼얼할만큼 젖어들곤 한다.

영화 도입부에 이런 나레이션이 나온다.

기억은 일종의 약국이나 실험실과 같아, 아무렇게나 집은 손에 진정제가 짚이기도 하고 독약이 짚이기도 한다고.

내 몫까지 성실하신 부모님 덕에, 적당히 게으름 피우며 평탄한 삶을 누려온(결코 이것이 자랑스럽다는것은 아니다) 나에게있어 가장 큰 역경은 이별이었다.
물론 그게 첫연애도 첫이별도 아니었으나, 이기적인 내가 목숨을 바처도 아깝지않을것 같다고 몰래 생각했던 첫 사람,아마도 첫 사랑이었다.

그때의 기억은 그야말로 독약이자,진정제였다.
괴로워서 없애버리고 싶은 기억이나, 동시에 그것이 없이는 삶의 의미를 잃었다. 

그러나 과거형일 수있는 이유는 ,지금은 알기 때문이다. 
기억이란 추억이란 없던일처럼 깨끗이 사라지는것이 아니라는것을 말이다.  대신 늘 언제나 수면밑에서 찰랑인다. 느낄수있을만큼 수면가까이 늘 존재한다.

그러나 그것이 없던것처럼 깨끗이 지울 수 있어서가 아니라, 수면밑에 뭍어둘 수 있기때문에 사람은 살아간다. 
다른 수많은 일상들이, 멈추지 않는 시간들이 그 위에 몇톤의 물로 쌓이고, 점점 슬픔도 기쁨도 그 어떤 감정들도 풍화되고 퇴색되고 침식되어 그럭저럭, 견딜수 있게 되는것이다. 

나쁜기억은 행복의 홍수 밑으로 가라앉혀 버리렴.  수도꼭지를 트는건 네 몫이란다. 마담 프루스트는 말했다.


 영화를 보면서 고개를 누구보다도 깊이 끄덕일수있었다. 

posted by 트랩트랍
: